비 오는 날 엘리베이터 고장, 가장 흔한 원인은 피트 침수입니다
저는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장마철이나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엘리베이터 고장 연락이 한꺼번에 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과 전기 장치는 상극이라, 엘리베이터에 물이 닿는 순간 여러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현장에서 직접 본 침수 사례와 함께, 비 오는 날 엘리베이터에 어떤 일이 생기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비 오는 날 엘리베이터 고장, 가장 많은 원인은 피트 침수
엘리베이터가 다니는 통로를 승강로라고 하고, 그 맨 아래 바닥 공간을 피트라고 부릅니다. 비 오는 날 생기는 엘리베이터 고장 중에서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이 바로 이 피트 침수입니다.
피트 침수가 골치 아픈 이유는 쉽게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방수업체에 문의해도 물이 들어오는 걸 완전히 잡기 힘들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방법을 찾게 됩니다.
현장에서 쓰는 대책
가능한 곳이라면 피트 한쪽 땅을 파서 배수펌프를 설치합니다. 물이 들어오더라도 펌프가 바로 빼낼 수 있게 하는 방식입니다. 구조상 그것조차 어려운 곳이라면, 비 오는 날마다 피트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관리주체에 상황을 설명하면서 관리해야 합니다. 결국 피트 침수는 한 번에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꾸준히 지켜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현장에서 본 침수: 하천 가까운 건물에서 생기는 일
침수 현장은 정말 많이 봤습니다. 특히 주변에 하천이나 강이 있는 건물은 장마철에 짧은 시간 동안 비가 쏟아지면, 물이 미처 배수되지 못하고 건물 안쪽으로 흘러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피트에 물이 가득 차서 넘치고, 승강장 밖까지 물이 흘러나올 정도가 됩니다. 이 정도가 되면 엘리베이터를 계속 운행할 수 없습니다.
침수 후 복구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승강기를 세우고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립니다. 비가 그친 뒤에는 배수펌프로 물을 빼내고, 피트와 승강로를 열풍기로 충분히 말립니다. 그다음 물이 들어간 부품을 확인해 교체해야 다시 운행할 수 있습니다. 물만 빼면 끝나는 게 아니라 말리고 교체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침수 피해는 복구에 시간이 꽤 걸립니다. 이 과정은 모두 승강기 기사가 장비를 갖추고 하는 작업이니, 이용하는 분이나 관리하는 분이 직접 하시면 안 됩니다.

젖은 우산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고장 냅니다
비 오는 날 생기는 고장이 큰 침수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의외로 자주 보는 것이 버튼 고장입니다. 우산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보면, 손이 불편해서 물 묻은 우산 끝으로 버튼을 누르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버튼이 안 눌린다"는 연락을 받고 가 보면, 버튼에 들어간 물 때문에 버튼이 파랗게 부식된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한 번 부식되면 결국 버튼을 교체해야 하고, 그만큼 비용이 듭니다. 젖은 우산으로 버튼을 누르지 않는 작은 습관만으로도 이런 교체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올 때 이용자가 기억할 것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엘리베이터를 평소보다 조금 더 조심해서 이용해 주시면 좋습니다. 승강장 앞에 물이 고여 있거나, 엘리베이터 운행을 멈춘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면 무리해서 타지 마시고 안내를 따라 주세요. 엘리베이터에서 평소와 다른 소리나 움직임이 느껴지면 관리사무소에 바로 알려 주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만약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게 된다면 문을 억지로 열려고 하지 말고 비상통화장치로 연락해 구조를 기다려 주세요.
승강기 운행이나 안전과 관련된 공식 기준은 승강기안전관리법과 국가승강기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피트에 방수 공사를 하면 침수가 해결되나요?
현장에서는 방수업체에 문의해도 완전히 잡기 힘들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곳은 피트에 배수펌프를 설치하고, 어려운 곳은 비 오는 날마다 피트를 확인하며 관리하는 방식을 씁니다.
Q. 침수된 엘리베이터는 물만 빼면 바로 다시 탈 수 있나요?
아닙니다. 물을 뺀 뒤 피트와 승강로를 열풍기로 말리고, 물이 들어간 부품을 교체해야 다시 운행할 수 있습니다.
Q. 엘리베이터 버튼이 파랗게 변했는데 왜 그런가요?
젖은 우산 등으로 버튼에 물이 들어가 부식된 경우일 수 있습니다. 부식이 진행되면 버튼이 잘 눌리지 않게 되고, 결국 교체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비 오는 날 엘리베이터 고장은 피트 침수처럼 큰 문제부터 젖은 우산이 만드는 버튼 부식처럼 작은 문제까지 다양합니다. 큰 침수는 건물 구조와 관리의 몫이지만, 버튼 고장은 우산 끝 하나만 조심해도 막을 수 있습니다. 다음에 비 오는 날 엘리베이터 앞에 서게 되면, 우산 대신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러 주세요. 그 작은 차이가 엘리베이터를 오래 쓰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