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소음·덜컹거림, 고장 신호일까? 겨울철 '북북' 소리의 정체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제 휴대폰이 바빠집니다. 엘리베이터가 운행할 때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소음 신고가 한 해 중 가장 많이 들어오는 때가 바로 겨울 문턱이거든요. 승강기 일을 하면서 수많은 소음 신고 현장에 나가 봤는데, 원인을 알고 나면 생각보다 단순한 경우도 많고, 반대로 그냥 넘기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엘리베이터 소음이 왜 생기는지, 어떤 소리는 신고해야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겨울만 되면 소음 신고가 늘어나는 이유
제 경험상 소음 신고는 계절을 확실히 탑니다. 특히 겨울이 다가올 때 운행 중 소음 신고가 가장 많습니다. 이유를 이해하려면 엘리베이터가 어떻게 위아래로 움직이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엘리베이터 카(사람이 타는 부분)는 승강로 안에 세워진 금속 레일을 따라 오르내립니다. 카가 흔들리지 않고 레일을 따라 곧게 움직이도록 잡아 주는 부품이 있는데, 크게 가이드슈 방식과 가이드롤러 방식 두 가지가 있습니다. 가이드롤러는 바퀴가 레일 위를 굴러가는 방식이고, 가이드슈는 레일을 감싸듯 미끄러지며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가이드슈 방식입니다. 미끄러지며 움직이는 구조라서 레일에 기름이 발라져 있어야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가이드슈 쪽에는 오일통(오일러)을 달아 두고, 카가 운행하면서 이 오일러가 레일에 기름을 조금씩 발라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름이 레일 전체에 고르게 발라지지 않으면 날씨가 추워지면서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추우면 왜 소리가 커질까
여기서 조금 과학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금속은 온도가 내려가면 조금씩 수축합니다. 아주 미세한 변화지만, 레일과 가이드슈처럼 서로 맞닿아 움직이는 부품 사이에서는 이런 작은 변화도 마찰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기름은 차가워질수록 끈적해지고 잘 퍼지지 않는 성질이 있습니다. 여름에는 술술 퍼지던 기름이 겨울에는 덜 퍼지니, 원래도 기름이 부족했던 구간은 더 빡빡해지는 셈입니다.
결국 기름이 모자란 구간을 지날 때 금속과 금속이 마찰하면서 '북북' 하는 소리가 납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들어 보면 소리가 꽤 큽니다. 입주민분들이 처음 들으면 엘리베이터가 어디 부서지는 것 아니냐며 놀라셨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조치합니다
이런 소음 신고가 들어오면 저는 엘리베이터를 수동운전으로 전환한 뒤, 맨 아래층부터 맨 위층까지 전 구간 레일에 기름을 도포합니다. 신고가 들어온 층 한 곳만 바르는 게 아니라 전층을 다 하는 이유는, 소리가 들린 곳 말고도 기름이 부족한 구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에 확실하게 해 두어야 같은 신고가 반복되지 않습니다.
이 작업은 승강로 안에서 기사가 직접 엘리베이터를 조작하며 하는 일이라 반드시 교육받은 전문 인력이 해야 합니다. 이용자분이 직접 손댈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아니라는 점은 꼭 알아 두셨으면 합니다.
고장 소리가 아닌데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
겨울철 소음 신고 중에는 기계 소리가 아닌 경우도 꽤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람 소리입니다. 겨울에 공동현관문을 열어 두면 차가운 바깥바람이 건물 안으로 들어옵니다. 이 바람이 승강로로 흘러 들어가면, 엘리베이터가 운행할 때 바람의 영향을 받아 '휘잉' 하는 소리가 크게 납니다. 승강로는 위아래로 길게 뚫린 통로라서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 되기 쉽거든요.
이런 소리는 기계가 고장 나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날씨와 건물 구조 때문에 생기는 소리입니다. 공동현관문이 닫혀 있으면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조금만 귀 기울여 보면 쇠가 갈리는 기계음인지,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인지 일반인분들도 어느 정도 구분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소리가 나면 신고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다고 소리가 나도 그냥 참으시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바람 소리처럼 분명한 경우가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른 소리가 난다면 신고하는 것이 맞습니다. 작은 소리를 그냥 두면 더 큰 문제로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사 입장에서도 일찍 알고 가서 확인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이용자가 할 일은 딱 하나, 신고
엘리베이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날 때 이용자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정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바로 신고입니다. 관리사무소나 엘리베이터 안에 적힌 연락처로 알려 주시면 됩니다. 이때 언제, 몇 층 근처에서, 어떤 소리가 났는지 알려 주시면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소리의 원인을 직접 찾겠다고 문틈을 들여다보거나, 문을 억지로 여닫아 보거나, 기계 쪽에 손을 대는 일은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현장에서 웃지 못할 일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작은 소리가 알고 보니 큰 고장이었던 극적인 사례는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억에 남는 건, 점검해 보면 소리가 나지 않는데도 계속 소리가 난다며 여러 번 신고하시는 같은 입주민분들입니다. 그래도 기사 입장에서는 매번 확인하러 갑니다. 안전과 관련된 일이니 확인해서 손해 볼 것은 없으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엘리베이터에서 북북 소리가 나는데 타도 괜찮을까요?
A. 겨울철에 흔히 나는 레일 마찰음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용자가 소리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관리사무소에 신고해서 기사가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Q. 바람 소리인지 고장 소리인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A. 겨울에 공동현관문이 열려 있을 때 '휘잉' 하는 바람 소리가 커진다면 바람 영향일 가능성이 큽니다. 쇠가 갈리는 듯한 소리나 덜컹거림이 느껴진다면 신고해 주세요. 헷갈린다면 신고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Q. 소음 신고를 여러 번 해도 되나요?
A. 됩니다. 다만 신고할 때 소리가 난 시간과 위치를 구체적으로 알려 주시면 기사가 원인을 훨씬 빨리 찾을 수 있습니다.
마무리
엘리베이터 소음은 겨울철 레일의 기름 부족처럼 원인이 분명한 경우도 있고, 공동현관문으로 들어온 바람처럼 고장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분이 소리만 듣고 원인을 판단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와 다른 소리가 들리면 망설이지 말고 신고해 주세요. 확인하고 고치는 일은 저희 같은 기사들의 몫입니다. 승강기 점검과 검사에 관한 공식 기준은 승강기안전관리법에 정해져 있고, 우리 건물 엘리베이터의 정보는 국가승강기정보센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